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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너와 손을 잡고 나간다면, 어디든 좋아.

 

그는 그녀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고작 한시간정도. 그렇게 만나는 게 한 달조차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알기 어려운 사람이면서 알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갑작스럽게 행동을 하니 참으로 어리둥절하면서 머리가 아찔했다.

 

“그러니까, 그게…….”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하는 귀와 꼬리. 잔소리가 입에 붙었던 그라 해도 쉬이 말이 나오지 않는 행색이었다. 짜증이라기에는 목소리에 어눌함이 섞여있고, 의문이 어린 목소리였다. 상대도 그것을 알았는지 확답을 주는 것처럼 밝게 소리쳤다.

 

“응, 산호랑 비슷하지? 곧 이런거하는 행사가 있거든.”

 

그는 이름이 없다고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이름을 산호라고 붙여서 그렇게 불러주었다. 그날부터 그는 산호가 되었다. 산에 사는 그에게 바다에 사는 생물의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은 참 밝은 얼굴로 그리 이야기하니 그 얼굴에 모난 소리를 하기는 어려웠다.

 

“안 비슷하거든… 절대로 안 비슷하거든… 완전 티나거든…….”

 

그렇다고 그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싫은 소리를 들어도 마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방긋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분장의 포인트를 이리저리 가리키면서 그에게 알려주기도 하였다. 세모눈을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으나, 이윽고 정신을 차려 마린을 쭈욱 밀어낸다.

 

“그래서, 왜 그런 차림새인데?”

 

“내일부터 할로윈 축제거든… 그래서, 산호랑 같이 가고 싶어서 분장을 해봤어. 내가 산호랑 비슷하면, 산호는 착해서 가줄 테니까…….”

 

“뭐?”

 

그 말에 그는 더욱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섞일 수 없는 존재다. 겉 보이기에도 남들과 다르다.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늑대인간’. 그런 자신을 사람들이 있는 마을에 데려가기로 했다는 것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화를 내야 할까, 혼쭐을 내야 할까. 이러나저러나 그도 그녀에게 약하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벙찐 그대로 있었다. 그것을 그가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마린은 활짝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그에게 손을 뻗어 무언가를 꽂아주었다.

 

“내가 산호처럼 되지 않는다면, 산호가 나처럼 되면 되는 거겠네-.”

 

핀이었다.

 

무척이나 작은 핀.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것이 그녀의 취향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선물. 내일 더 가져올게, 산호야.”

머리에 꽂힌 핀을 만지작거린다. 내일 더 가져온다는 말이 얼마나 가져올지 어림짐작하려는 표정으로 산호라 불리는 그는 마린을 바라보았다.

 

며칠을 보아왔으나, 그는 마린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무서운, 사람들은 쉬이 접할 수 없는 존재임에도 첫날에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 그 뒤로는 이렇게 매일매일 그에게 찾아온다. 그를 마주한, 혹은 마주해버린. 그런 인간들은 항상 겁에 질려서 사라졌다. 그렇기에 자신은 그런 존재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녀는 매일 찾아온다. 마치 그가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듯이 말이다.

 

“이거, 참…….”

 

인사를 하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초승달이 하늘에 떴다. 너무나도 가느다란 달빛이기에 이 넓은 숲 속을 비추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였다. 주변을 바라보자, 혼자 있는 것이 당연함에도 제게 쓸쓸함이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진짜로 이거 참.”

 

구름에 달빛이 가려지고, 어둠이 찾아온다. 그렇게, 홀로 어둠 속에서 다음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방심하고 있었던 것을 후회했다.

 

“…….”

 

“… 짠…~”

 

다음날에 그를 찾아온 마린은 빨간 망토를 쓴 채로 귀여운 핀을 잔뜩 꽂아 꾸민 채로 찾아왔다. 그 모습을 본 산호는 마치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이상한 것을 보았다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작게 웃으며 이야기하였다.

 

“… 어제보다 더 이상해 진 거 같은데, 지금.”

 

“응? 귀엽지 않아?”

 

“아니, 귀엽긴…….”

 

……한데,라고 말할 뻔한 입을 막으면서 그녀를 보았다. 이어지는 말을 다 듣지 못하였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해줄지 알았기 때문에 그녀는 그저 웃었다. 그 웃음에 심술이 생겨 꾹꾹 눌러 괴롭히며 물었다.

 

“또 왜 그런 꼴이야?”

 

“말했잖아- 오늘은 축제인걸. 산호랑 같이 가고 싶어서 왔어. 그러니까...”

뒷 말은 말하지 않고, 눈치를 슬쩍 보면서 이야기한다. 산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턱을 괴고 바라보았다. 달이 없어져 어두운 숲길이 었을 텐데, 그녀는 항상 그를 찾아온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모난 말이 나오질 않아서 그게 제일 고민이었다.

 

“… 하아.”

 

그렇게 나오는 것은 한숨과 동시에,

“그래, 가자.”

 

결국엔 그녀에게 긍정의 대답을 전한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기쁘다는 듯 웃는 그녀의 모습에 자기가 졌다는 생각을 한다. 마린은 항상 승자였고, 산호는 패자였다. 그러니, 그녀에게 그가 지는 것은 정해진 순리였다.

 

“그럼 내가 사람들의 틈 사이에 섞일 수 있도록 주문을 걸어줄게, 산호야.”

 

눈을 감아줘. 그렇게 이야기하면 눈을 감는다. 저를 만지작거리는 손길이 느껴지자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눈을 떠도 좋다는 말에 눈을 뜨면 어느새 그녀와 같은 모습이 되어있었다.

 

“자, 이제 같이 가면 되겠네-.”

 

“그래, 그래. 만약에 내가 어딘가의 실험실에 끌려가면 네 탓이다.”

 

“…어?”

 

멍한 표정의 마린을 바라보면서 피 식이고 천천히 움직였다. 오랜만의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시간이었다. 보름달이 떠도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밤이 될 것 같았다. 오늘은 자신들과 같은 인외들의 날. 죽은 자들의 날이다.

 

어둑 칙칙한 느낌의 바깥이라고 생각되었으나, 의외로 밝은 느낌의 풍경이었다. 마린의 말대로 모두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 참으로 편안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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