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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빛이 쏟아진다.

창틀 너머에선 요재지이에서나 나올 법한 큼지막한 뼈다귀가 툭툭 튀어나왔고, 까만 하늘에선 영문 모를 문어 다리들이 먹물 방울처럼 똑똑 떨어져내렸다. 극히 비현실적인 광경, 차라리 스스로 제 뒷목이라도 쳐서 기절하고 싶은 마음을 눌러 참자면, 빛무리 속에서 환하게 미소하는 ‘그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쿠무 마키타로는 흐드러지는 밤하늘과 이지러지는 시야 너머로 나부끼는 소녀를 보며 생각했다.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고…….”

 

***

 

“어머, 잘생긴 해골씨. 여기서 혼자 뭐하시와요?”

 

차갑다. 마키타로는 뺨에 닿은 온도에 흠칫한다. 어깨가 미미하게 흔들리자면, 그 파동의 모양 위로 웃음소리의 잔향이 겹친다. 쿡쿡, 간지럽고 요요로운 소리다. 마키타로는 뒤늦게 고개를 들어올린다.

 

“응? 어? 아! 우츠츠?”

“흐흥, 여기 있었사와요?”

 

거기에는 여자가 있었다. 파티의 조명을 제것처럼 온몸에 두르고 실크처럼 미끈한 속눈썹을 깜빡거리는 여자가. 그리고 그 여자, 우츠츠는 누구라도 시선을 주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화려한 얼굴을 하고선 마키타로를 향해 웃었다. 쉬이 보고 그를 따라하다간 얼굴 근육에 경련이 날 미소다.

 

‘쟤는 어떻게 매일 저런 표정을 짓는대.’

 

마키타로가 입속말을 삼킨다. 그러자 무언가 뺨을 두드린다. 차갑다. 순식간에 사고체계를 사로잡은 감각에 마키타로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고개의 움직임을 따라 차가운 음료를 담은 잔에 아로새겨진 물방울이 송글거리며 뺨에 들러붙는다. 그 모습에 우츠츠가 다시 한 번 웃었다. : 진짜, 쟤는. : 그깟 웃는 얼굴이 뭐라고. 마키타로는 그의 웃음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낀다. 피가 몰리고, 열이 오르고. 그러곤 뺨에 들러붙은 잔까지 미적지근해지고. 누가 그 사실을 알아채기라도 하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을 것이다. 마키타로는 서둘러 잔을 낚아채고 뺨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냈다. 그럼에도 어쩐지 주변의 모두가 이미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분명 피해망상 정도 되겠지만. 그래도 그 기분이 영 달갑지 않다. 마키타로는 제 머릿속을 털어내기 위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어어, 뭐. 그렇지.”

“나, 계속 마키타로 찾아다녔는데. 왜? 혼자서 해골 분장한 거 부끄러워서?”

“그으래. 그래서 그랬다. 이왕 파티가 열린 거 열심히 놀기나 하지. 그걸 알면서 나를 왜 찾아다니냐?”

 

말소리가 제법 퉁명스럽다. 혼자 지레짐작해 눈에 띠는 복장을 하고 온 것도 부끄러웠고, 그런 속내를 들켜버린 것도 부끄러운 차다. 그러니 놀랄 일도 아니다. 급하게 뽑아낸 말들이란 대개가 다 그런 모양이니. 삐뚤빼뚤하고 못난 말씨가 신경쓰여, 마키타로는 공연히 뒷머리를 긁었다. 에이씨, 마음이 편하질 않으니 특 튀어나오는 말 하나하나까지 삐뚠 것 투성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 성대한 파티장과는, 더 나아가서는 우츠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법한 것들 투성이. 어릴 때야 그런 것 하나하나 모르고 지나가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마키타로를 찾아다녀야지? 그래야 내가 소개도 시켜줄 거 아니와요. 그러는 마키타로야말로 파티가 열렸는데 열심히 놀아야지 왜 이런 곳에 있사와요?”

“내가 너도 아니고 뭐하러…….”

“어머, 당연한 걸 물으시와요. 마키타로는 나랑 결혼할 거니까 그렇지.”

“야아, 너어는!”

 

마키타로의 볼이 붉어진다. 열기가 눈까지 쏠려 눈이 다 얼얼할 지경이었다. 조금 더 있으면 끓어오를 판이다. 마키타로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이유를 들어 제 눈을 닦아냈다. 우츠츠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까르르, 이 밤과는 어울리지 않는 맑은 소리다. 청명하게 영혼을 두드리는 온도가 싫지 않아, 마키타로는 제 귀에 고인 소리를 닦아내는 대신 괜한 귓불만 만지작거렸다. 붉어진 귓불이 뜨끈거렸다.

 

“왜 그런 반응이람?”

“이거야말로 당연한 걸 묻는 거 아니냐고…….”

“나는 잘 모르겠는데?”

 

우츠츠가 고개를 기울였다. 마키타로의 반응따위, 마음따위 하나도 모른다는 기색이다. : 쟤는 정말. : 그 해맑은 무심함에 마키타로는 앓는 소리를 삼키며 그를 살며시 흘겼다. 마키타로의 원망 섞인 눈빛에 우츠츠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의 눈빛은 전력으로 이런 뜻을 전하고 있었다.

 

‘왜?’

 

그야말로 이유를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마키타로는 얼굴을 한 번 더 닦아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다른 곳에선 기가 막힐 정도로 눈치가 빠르면서 이런 점에서만 꼭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천진한 얼굴이라니. 이래서야 말을 더 늘어놓는 쪽만 바보가 될 뿐이다. 마키타로는 그 사실을 빠르게 인정한 뒤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새삼스럽게 시선들이 달라붙었다. 하기야 여자는 저돌적이고 남자는 어쩔 줄 모르니 퍽 보기 재미있는 조합이긴 할 것이다. 그 주인공이 자신만 아니었더라면 그 보기좋은 구경에 휘파람이라도 불어주었을텐데, 안타깝게도 본의아니게 주인공이 되어버린 마키타로는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에 침이나 꿀꺽 삼킬 따름이었다.

 

“여기에 마키타로가 나한테 장가 들 거라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구.”

“아니, 그거 일단 확정은 아니니까.”

“그럼 아니 들거야?”

 

입술이 조개처럼 달라붙었다. 대답이 정해져있는 탓이다. 둘의 감정은 장난스럽고 가볍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깊이가 얕진 않았다. 십여년을 끈끈하게 이어온 정은 두 사람이 성인이 되어갈수록 짙은 빛깔로 여물어, 본디 감정의 색이 어땠는지와 관계없이 둘을 하나로 얽어두었고, 그렇기에 마키타로가 만일 결혼을 한다면 우츠츠 뿐이었다. 그러니까…….

 

“나랑 결혼 아니할 거냐구우.”

 

뺨이 점점 농익었다. 대답이 늦어질수록 구경꾼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냥 아무 대답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마키타로는 이미 늦은 후회를 붙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티장 쪽에는 이미 구경꾼들이 쫙 깔려있고, 밖으로 도망가자니 이곳은 2층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고!”

 

마키타로가 우츠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우츠츠가 반사적으로 손을 맞잡는다. 우츠츠의 손가락이 제 손가락 사이로 얽히는 것을 느끼기 무섭게, 마키타로가 비어있던 발코니로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우츠츠의 발자국 소리가 따라붙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야단이었다. 심장이 쿵쿵 댈 때마다 뒤에서 숙덕거리는 소리가 커져만 갔다. 그 모든 것이 부끄러워서, 마키타로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 발코니의 커튼을 쳤다. 촤르르,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빛이 잦아들었다.

 

“그거 대답하는 게 뭐 그렇게 큰일이라구 사람을 여기까지 데려왔담.”

“큰일이거든. 그것도 엄청.”

“그건 잘 모르겠지만 말이와요.”

 

빛이 사라진 자리, 별들만이 총총한 하늘 아래 홀로 남은 빛이 말을 걸었다. 새침한 듯 하면서도 이곳저곳 애교가 아롱다롱 붙어있는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마키타로는 제 귓바퀴를 두드리는 리듬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닦아내면서 후,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두 여기까지 데려와놓고 대답을 아니하려는 건 아니지?”

 

우츠츠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입술을 뾰족하게 모았다. 꽃물을 들인 양 연분홍색으로 곱게 물든 입술이 동그랗게 오므린 모양새가 아주 조금은 예뻐보였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정말 어이없고 조금은 분하게도 이쿠무 마키타로의 눈에 아이시메 우츠츠보다 더 예뻐보이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으래.”

“뭐가아?”

“너랑 한다고오…….”

 

목소리가 기어들었다. 답이 정해져있는 것과 별개로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윗옷을 까뒤집어 제 머리에 뒤집어 쓰고선 앞이 안 보인다며 앙앙 울어대던 꼬꼬마를 달래려 허투루 말을 건네던 그때와 달리 결혼이 피부로 느껴지는 나이에 이르른 차다. 더구나 서로를 막 이성으로 의식하기 시작한 나이. 하지만 연인도 여자친구도 아닌 사이. 그 애매한 관계에서 이런 답을 내어놓는 건 낯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뭐르을?”

“결혼! 우츠츠랑 결혼한다고!”

 

머리 끝까지 차오른 부끄러움에 마키타로가 식식 소리를 높였다. 우츠츠는 그 소리에 놀라기는커녕 마키타로의 대답이 마냥 즐거운지 까르르 웃음소리를 내며 어깨를 흔들었다. 정말이지 얄미웠다. 마키타로는 청량한 소리로 웃어버리는 우츠츠를 세모진 눈으로 응시하며 괜히 발코니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쿡쿡, 웃음소리는 그런데도 끈질기게 마키타로의 귀를 파고들었지만.

 

“마키타로는 부끄러움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네가 부끄러움을 안 타는 쪽에 가깝다고 본다, 나는.”

 

흐흐흥, 우츠츠가 콧노래를 부른다. 은근스레 마키타로의 말을 흘려넘긴 것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에 마키타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우츠츠가 눈을 깜빡거린다. 말간 눈이 청록빛으로 반짝거렸다. 이 표정 역시 훤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타박을 피해가려는 애교다. 그 표정을 보고있자니 도무지 타박을 줄 수가 없었다.

마키타로는 목소리를 높이길 그만두고 발코니에 한쪽 팔을 걸친 채 몸을 기댄다. 에휴,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보통이라면 속셈을 읽은 데서 저게, 하면서 한 번 쥐어박기라도 할 텐데. 이상하게 우츠츠에게는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물론이고 처음 만났던 꼬꼬마 시절부터 계속. 모두에게 까칠하게 굴던 마키타로가 우츠츠 앞에서는 영락없이 순한 강아지가 되는 것을 보고 오죽했으면 부모님이 전생에 마키타로가 우츠츠에게 죄지은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를 했을까.

이래서야 그런 게 아니라고 우겨보지도 못할 노릇이다. 마키타로는 금세 풀어져버린 화에 고개를 절레 저으며 하늘을 바라본다. 시월의 마지막 날, 망자가 돌아온다던 할로윈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하늘길이라도 열리려는 모양이었다. 마키타로는 탁 트인 하늘 위로 흩뿌려진 별의 자취를 눈으로 훑었다.

 

“그거 아시와요?”

“뭘?”

 

적막의 끝에서 우츠츠가 한 발 다가온다. 마키타로는 고개를 돌려 우츠츠를 응시한다. 우츠츠의 표정은 어느덧 아주 장난스럽게 변해있었다.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십중팔구 자신을 놀려먹을 속셈이 그득하다는 거겠지. 마키타로는 눈을 홉뜬다. 우츠츠는 그것을 보지 못한 척, 마키타로 옆 발코니에 몸을 기댔다.

새카만 밤하늘, 그것보다 비밀스러운 청록색 머리카락이 바람을 따라 끊임없이 산들거렸다. 우수수, 잎새라도 쏟아질 것 같은 모습에 마키타로는 버릇처럼 우츠츠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우츠츠가 키들키들 웃으며 마키타로의 손바닥에 고개를 기울였다. 차가운 뺨이 스르르 손 위로 감겨들었고, 향긋한 모과향이 달보드레하게 혀 끝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끈끈하고 달큰한 향에 사로잡혀서, 마키타로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키타로가 침묵을 지킨 사이를 우츠츠의 말소리가 가득 채운다.

 

“할로윈은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이라구 하잖아.”

“응, 그렇지.”

“그래서 할로윈 무도회에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인 척 하고 참여한다구 하와요. 그리고 그러다가…….”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색으로 친다면 암녹색에 가까운 색의 속삭임이다. 마키타로는 우츠츠가 목소리를 그 색으로 칠할 때를 알았다. 슬슬 놀랄 준비를 해줘야겠지. 마키타로는 어렴풋이 생각하며 우츠츠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제 손바닥에 기대던 고개가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바람에 한 번 더 떠올랐다가 가라앉고, 앞으로 모은 두 손을 따라 어깨가 한껏 굽고, 그러다가 한순간.

 

“마음에 드는 사람을 잡아간대!”

 

왁! : 우츠츠가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마키타로는 타이밍을 맞춰 이크, 소리를 내곤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조금 더 비틀거리는 쪽이 좋았으려나. 마키타로는 한가한 고민과 함께 제 명치 위로 손바닥을 올린 채 안도한 척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놀라게 하려는 속셈이 눈에 뻔한데도 일일이 놀라주는 것도 일이었다.

 

“하나두 아니 놀랐지?”

“아니? 놀랐는데?”

“거짓말은?”

 

일, 이라고 생각한 게 문제였을까. 마키타로는 어느새 가늘어진 우츠츠의 눈과 마주한다. 누가 봐도 마키타로가 놀라는 척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눈치다. 그리고 이미 한 번 거짓으로 놀란 척 한 이상 거짓말로 버티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테고. 마키타로는 머쓱함에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티 많이 났어?”

“응, 마키타로 혹시라두 연기는 하지 마시와요. 그 길은 마키타로 길이 아니야.”

 

우츠츠는 단호하게 말을 자르고 마키타로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골랐다. 분명 앞머리고 뒷머리고 할 것 없이 아침에 잘 빗어 넘겨두었던 것 같은데, 머리카락은 그새를 못 참고 이리저리 뻗쳐있었다. 이건 비단 마키타로가 뒷머리를 긁은 탓이 아니라 천성이 그런 것이다. 천성의 문제니만큼 시간이 지나면 더더욱 흐트러질 것이고.

계산을 마친 우츠츠가 파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보면 발코니로 나온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둘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왕지사 파티에 참여했으니 사람들과 교류하는 쪽이 더 좋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거든 조금이라도 더 단정할 때 첫만남을 가지는 것이 좋을거고. 우츠츠는 제 결론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기지개를 쭉 켠다.

 

“휴, 아무튼 슬슬 파티장으로 돌아가보는게 좋겠사와요. 여기에 더 있으면 이상한 소문 날거야.”

 

우츠츠의 말에 마키타로가 고개를 기울인다. 이상한 소문이라니, 마키타로 자신이라면 몰라도 우츠츠에게 이상한 소문이 꼬일 리 없었다. 그도 그럴게, 누가 무려 파티장에서 ‘아이시메 우츠츠’와 척을 지고 싶어한단 말인가. 교토에서 고개 빳빳이 들고 사업하려면 그를 폄하하는데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것이 좋았다. 교토는 아이시메를 배제하고 살아남기 무척 어려운 곳이었으니.

그렇다면 그 말은 혹시 자신을 향한 것일까. 마키타로는 곰곰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곳에 오래 있어서 날 소문이란 파티를 싫어한다 정도가 끝일 것이다. 그 때문에 제 이미지가 소극적인 이미지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었으니 나쁜 소문이 난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츠츠가 저런 말을 하는데는 언제나 이유가 있었고.’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에 마키타로는 끙,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긴다. 우츠츠는 그 모습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저어버린다. 마키타로는 이따금 제게 눈치가 너무 없다는 말을 전하곤 했지만, 우츠츠가 볼 때 눈치가 없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마키타로였다. 자신이 소꿉친구기 전에 이성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이런 문제는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나랑 마키타로랑 키스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 말이와요.”

 

우츠츠는 마키타로가 들으면 제자리에서 펄쩍 뛸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건넸다. 그리고 예상대로. 마키타로는 우츠츠의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제자리에 펄쩍 뛰어올랐다.

 

“그, 그딴! 그딴 소문 같은 거 내가 용납할 것 같냐!”

“소문은 마키타로가 허락 아니해두 잘만 나는데?”

“아이씨! 나 먼저 간다!”

 

마키타로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이제는 숫제 인간 폭탄이다. 콕 건드리면 터지겠지 싶어, 우츠츠는 마키타로를 찌르길 그만 두고 작게 웃었다. 이 정도로 자극해두었으니, 마키타로는 파티에서 겉도는 대신 열심히 참여할 것이다. 그러면 마키타로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고,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 마키타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는 시도도 늘어날 거고, 그러면 마키타로와 자신이 어떤 관계인지 아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응, 먼저 들어가시와요.”

 

그리고 아이시메 우츠츠는 그것이 몹시 기꺼웠다. 그러므로 그는 빛처럼 새하얗게 웃었다.

 

***

 

마키타로는 외향성 인간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 따르면 E 유형의 인간이고, 그전에 사람의 유형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쓰인 인싸와 아싸 중에는 인싸에 속하는 인간이었으며 혈액형 첫인상을 따지라면 B 내지 O형이라는 추측을 많이 듣는 극한의 외향성 인간. 하지만 그런 마키타로로서도 파티장의 후끈한 열기란 감당하기 어려운 종류의 사교활동이었다.

기실, 원래라면 파티 참여라는 게 이렇게 어려울 것이 아닐는지도 몰랐다. 예를 들어 이쿠무 마키타로가 직전에 아이시메 우츠츠에게 결혼할 것이냐 아니냐 질문만 던지지 않았더라면. 그 직후에 이쿠무 마키타로와 아이시메 우츠츠가 손을 잡고 테라스로 나가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테라스에서 이십여분 넘게 둘만 시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마키타로는 그럭저럭 파티를 잘 즐기고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마키타로는 우츠츠에게 결혼하자는 소리를 들었으며 우츠츠의 손을 잡아끌고 테라스로 향했고, 그 뒤로는 아주 긴 시간 동안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우츠츠를 독점해버렸다. 한참 타오르는 청춘에 대한 관심도, 한동안 교토 재계를 뜨겁게 달굴 가십도 피해갈 수 없었다는 뜻이다. 고로,

 

“……죽겠네, 진짜.”

 

마키타로는 한껏 지친 얼굴로 파티장 문 밖으로 나섰다. 도어맨조차도 마키타로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하는 게 우선이다. 다행히 우츠츠는 몸이 아프다며 먼저 돌아간 참이니, 이번에 마키타로가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삿된 소문이 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간절한 소망과 넋을 맞바꾼 얼굴로 마키타로는 정원을 터덜터덜 걸었다. 발자국이 하나 새겨질 때마다 측백나무 특유의 향이 바람을 타고 솔솔 날아들었다. 어지러운 머리가 조금 개는 기분이다. 생각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다. 마키타로는 어느덧 저 멀리 흐려진 파티장의 조명에서 눈을 돌린다. 머리를 쨍하니 울리던 음악소리까지 바람을 타고 차차 귀에서 빠져나가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키타로는 조금 속도를 늦추어 걸었다. 몸안에 남아있는 응어리를 풀 듯 길게 숨을 내쉰다. 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바람이 산들거리며 마키타로의 몸 깊숙한 곳까지 불어닥친다. 기분 좋은 서늘함이다. 마키타로가 만면에 작은 미소를 걸었다.

 

“파티 참여는 안하고 이러고 있는 거 보면 우츠츠, 또 못생긴 표정 지으려나.”

 

마키타로는 우츠츠를 떠올리며 픽 웃어버린다. 그는 분명 이 말을 듣거든 내가 못생기다니! 이 표정은 못생긴게 아니라 귀여운 것이와요.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마키타로를 향해 씩씩거릴 것이다. 제 분기를 못 참아 제자리에서 방방 뛰다가 퍽퍽 주먹을 내지를 것이고, 자신은 그것에 아파하는 척 얼굴을 구기면서도 기꺼이 그의 주먹을 모두 맞아줄 것이다. 그런 관계였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다른 관계가 되겠지.

 

문득 든 생각에 마키타로가 걸음을 멈춰세운다. 그런 생각을 하자면 마음이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막 말을 배우던 시절부터 옆에 있던 ‘친구’가 곧 ‘여자친구’가 되고, 그것도 모자라 평생의 ‘연인’이, 그러다 ‘부인’이 된다는 건 정말이지 낯부끄럽고 이상한 일이었다. 으악, 제 입에서 절로 튀어나오는 비명을 갈무리하며 마키타로가 측백나무에 머리를 한 번 쿵 찧었다.

안타까운 일이 있다면, 이곳의 나무들은 보기보다 꽤나 성기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필 마키타로가 머리를 박아넣은 곳은 그중에서도 제일 성긴 부분 중 하나였다. 마키타로는 제 머리가 나무에 부딪치지 않고 그대로 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 어? : 예상과는 다른 감촉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때, 마키타로는 제 몸이 앞쪽으로 기우는 것을 느낀다.

 

“으아아악!”

 

비명이 밤하늘을 가른다. 쿵, 그 뒤를 잇듯 묵직한 소음이 바닥에 나뒹군다. 뒤늦게 나뭇잎이 저들끼리 부딪쳐 살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져내린다. 슬랩스틱 코미디에나 나올 법한 우스운 장면이다. 파티에 와서 이런 꼴이라니, 누가 보고 소문이라도 내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을 것이다. 마키타로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려 파티장을 바라본다. 파티장은 여전히 불빛으로 산란했다. 아름답고 찬란한 빛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매혹되어 빠져나올 수 없는 불빛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상 이곳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행이다.”

“뭐가?”

“누가 봤으면 이거 진짜 개망ㅅ…… 억!?”

 

……그랬어야 하는데. 마키타로는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무심코 대답을 건넸다. 그리고 정확히 3초 후, 자신이 대답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선행되는 질문이 있어야 하고. 그렇다는 것은.

 

“개망신? 아니야아. 나는 재미있었어.”

 

누군가 이 모습을 정면에서 봤다는 것이다! 마키타로는 뒤늦게 깨달은 사실에 금방이라도 달아나버릴 듯 흐려지는 정신줄을 악착같이 붙들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새하얀 치마, 새하얀 손끝이 마키타로의 눈동자를 가득히 메운다. 그리고 그 기이한 색감에 사로잡혀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떠올리노라면.

 

“안녕?”

 

새하얀 소녀가 마키타로를 향해 눈을 휘어뜨렸다. 숲의 비밀을 닮아 은은하게 휘도는 청록빛이 눈꺼풀의 움직임을 따라 스르르 감기고, 봉긋 솟아오른 볼이 꽃물의 빛깔처럼 화사하게 피어난다. 둥그런 호선을 긋는 입매가 더없이 곱게 떠오르노라면 달콤하고 나긋한 모과 향기가 바람 너머로 살랑거렸다. 색과 향을 모조리 제것으로 구겨담아 오색으로 찬란한 미소에 마키타로는 잠시 말을 잃고 그를 응시했다. 그의 얼굴 위에 떠올라 있는 것은 누군가 섣불리 따라한다면 입에 절로 경련이 일 정도로 화려한 미소였다. 그리고 마키타로는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존재를, 세상에서 딱 한 명 알고 있었다.

 

“……우츠츠?”

 

멍청한 목소리다. 마키타로는 제 목소리에 가차없는 평가를 내리곤 괜스레 눈을 비볐다. 소녀는 마키타로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작게 어깨를 흔들며 웃었다. 소녀가 웃을 때마다 백색 빛조각이 호드득 떨어져내렸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형상에 마키타로가 눈을 끔뻑거린다. 멍청하고 우둔한 10초였다. 마키타로는 제가 허공에 흘려보낸 시간을 자각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사륵사륵 소리를 내며 저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눈앞이 이상스레 아찔했다. 무언가에 홀린 것마냥.

 

“나 인사했잖아.”

 

소녀는 그제야 사뿐하게 걸었다. 바람도 멎은 미로정원 위로 새하얀 치맛자락이 살랑거렸다. 그는 세상의 모든 빛을 제가 빨아들인 양 찬연하게 빛났다. 그 찬란함에 또 다시 넋을 빼자면, 애교 섞인 목소리가 어리광처럼 달라붙었다. 고막이 녹신녹신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기분이지. 마키타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비현실적인 상황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어설프게 입을 떼었다.

 

“어, 어. 안녕하세요.”

“말 놓아도 되는데.”

“그럼…… 안녕?”

 

마키타로의 인사에 소녀가 까르르 소리를 내며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마키타로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향해 팔을 뻗는다. 서늘한 감각이 심장 위로 뿌리를 뻗었다. 그 기이한 감촉에 손을 빼내려던 찰나, 소녀가 마키타로의 손을 쥐고 그를 세게 끌어당긴다. 그리고 마키타로는 그제야 제가 아직 멍청한 자세로 엎어져있음을 깨닫는다.

아, 멍청한 것도 한두 번이지! : 마키타로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꾹꾹 억누르며 제 몸에 달라붙은 나뭇잎을 떼어낸다. 그것이 재미있어 보였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배려하려는 것인지. 마키타로의 행동을 지켜보던 소녀 역시 마키타로의 몸에 달라붙은 나뭇잎을 하나하나 떼어주었다.

정말 부끄러운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마키타로는 정도 이상의 수치심에 이제 달아오르는 것도 잊은 얼굴을 손바닥에 묻고 벅벅 닦아낸다. 소녀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초롱초롱, 아주 맑은 소리로.

 

“흠흠, 초면에 실례했어.”

 

사태를 어느 정도 수습한 뒤, 마키타로는 겸연쩍은 얼굴을 지운 채 소개를 건넸다. 그대로 뒤돌아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긴 할 테지만, 그래서야 이상한 소문을 막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할로윈 파티라는 말에 속아 혼자 분장까지 하면서 이곳에 온 사람은 몇 없었으니 그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알아차릴 것이고. 그러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입막음을 해두는 편이 좋았다.

 

“아니야. 재미 있었으니까 괜찮아.”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붕붕 고개를 저을 때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 모양은 꼭 마키타로가 아는 누군가를 닮아있었다. 그러고보면 얼굴 역시 그랬다. 목소리며 미소마저도. 이상하게 그는 우츠츠를 떠올리게 했다. 마키타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제가 아는 아이시메 우츠츠는 소녀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키가 컸다. 작은 키야 굽으로 보완할 수 있다지만, 큰 키는 그런 것도 통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그저 제가 조금 예민해진 것 뿐이려니. 마키타로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곤 소녀를 바라본다.

계속해서 소녀를 응시하고 있자면, 몇몇 차이가 보였다. 예를 들면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창백한 피부라거나 나부낄 때마다 은은하게 쏟아지는 빛가루 같은 것. 발끝까지 덮는 백색의 드레스나 붉은 장미 꽃다발을 보아하니 아마 유령 신부로 분장하기 위해 힘을 쓴 것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주는 느낌은 크게 달랐다.

그러고보면 그도 저런 복장을 하느라 고생이 컸을 것이다. 파티장에서 눈치를 보다가 이곳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기도 했고. 어떤 동질감 같은 것도 들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그런 제안을 던진 것은.

 

“이것도 인연인데, 사진 한 장 찍을래?”

“사진?”

“응, 이 파티에서 할로윈 분장한 사람, 나말고는 네가 처음이거든.”

 

마키타로의 말에 소녀는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혹시 그 말이 싫었던 것일까. 싶어 말을 취소하려 입술을 떼어내자 소녀가 슬 고개를 끄덕였다. 싫은건지, 좋은건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흘끗흘끗 그를 살펴도 그는 환하게 웃을 뿐 가타부타 말을 덧붙이는 일이 없었다. : 뭐, 찍고 나서 물어봐야지. : 마키타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카메라 어플을 실행했다.

이윽고 카메라 렌즈가 이쪽을 향한다. 소녀는 망설이던 것이 거짓말 같게도 마키타로의 옆에 붙어 자세를 취했다. 고전적인 포즈, 브이다. 우츠츠가 보았더라면 셀카의 기술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냐며 노발대발 했을 자세. 이런 것을 보면 역시 우츠츠를 닮았다는 것은 역시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 것이다. 마키타로는 우츠츠에게 돌아가 이야기 해줄 것이 늘었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사진을 찍었다.

 

“와, 이거 잘 나왔다. 올려도 돼?”

“응, 물론이지? 마키타로 마음대로 하시와요.”

 

마키타로는 찍힌 사진에 감탄하며 소녀를 향해 휴대폰을 내민다. 그러자 소녀가 작게 웃으며 액정을 닦았다. 마키타로의 얼굴을 문지르듯이. 그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소녀가 제 얼굴을 쓸어내리는 듯해,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키타로는 그 기분에 사로잡혀 자신이 인지해야만 하는 사실을 잊은 채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두드렸다.

 

“이런 말, 알고 있을까?”

“무슨 말?”

 

마키타로가 데코레이션에 한참이던 그때, 문득 소녀가 말을 꺼냈다.

 

“사진을 찍으면 그 안으로 혼이 빨려들어간다는 말.”

“에이, 그거야 그냥 괴담이지.”

“아니야아. 진짜와요.”

“응?”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키타로는 제게 쏟아지는 기이한 느낌에 장난스럽게 하던 대꾸를 그만 둔 뒤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어낸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하늘로 올리자, 아까까지 반짝거리던 별들이 어느새 모두 어둠에 살라먹혀, 공허만이 남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칠흑같은 하늘, 평화롭기보다 불길한 그 광경에 마키타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뒤를 돌았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쏟아진다.

소녀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무릎 아래로 새하얗게 흐린 영체가 일렁거리고, 그것에 채 마키타로가 당황을 표하기도 전에 그를 빨아들이듯 창이 열린다. 그제야 마키타로는 그가 알려주지도 않은 제 이름을 알고있었음을, 그리고 그의 말투가 지나치게 익숙한 종류의 것임을 깨닫는다.

창틀 너머에선 요재지이에서나 나올 법한 큼지막한 뼈다귀가 툭툭 튀어나왔고, 까만 하늘에선 영문 모를 문어 다리들이 먹물 방울처럼 똑똑 떨어져내렸다. 극히 비현실적인 광경, 차라리 스스로 제 뒷목이라도 쳐서 기절하고 싶은 마음을 눌러 참자면, 빛무리 속에서 환하게 미소하는 ‘그것’이 보였다.

 

“마키타로야, 너 분명히 우츠츠랑 결혼한댔지?”

 

그리고 소녀, 우츠츠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랑 하나 주면 아니 잡아먹지?”

 

탁, 휴대폰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뎅뎅뎅,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났다. 그리고 망자가 돌아오는 밤. 미로 정원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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